<내시>는 권위적인 왕실이라는 영화적 공간 안에서 억압된 욕망의 분출을 시각화시키는 흥미로운 지점을 가지고 있다.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궁녀가 왕을 살해하는 시퀀스의 강력함이다. 이 영화가 클라이맥스에서 살해 장면을 담는 방식은 독특하다. 어둡다기보다는 오히려 밝은 빛이 깔린 왕의 은밀한 침상 안에서 궁녀와 왕이 몸을 섞는 움직임은 신랄하고 선정적으로 그려져 있다. 이 생경한 밝음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장면은 매우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. 알몸에 맞닿는 날선 칼과 붉은 피의 강렬한 이미지들이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다. <내시>가 복수와 폭력을 표현해내는데 있어서 상투성의 틀을 완전히 넘어서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, 위의 장면만은 내게 전혀 진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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